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고민인 동시에 가장 어려운 고민이 있다.
“오늘 뭐 먹지?”
- 자취생(1인가구) 시점
벌써 밤이다. 지금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은 지극히 평범해 보인다. 점심으로 먹다 만 김밥과 엄마가 보내주신 신 김치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시간은 새벽을 향해 계속 간다. 나가서 사먹거나 배X의 민족을 부르기엔 너무 늦었다.
- 며느리 또는 사위 시점
설날을 맞아 시부모님(장인 장모님)께서 신혼집에 방문하신다고 한다. “아가(사위야), 부담 가지지 말고, 아무것도 준비할 필요 없다”고 신신당부하셨지만, 결혼 후 당신이 가장 빠르게 터득한 점은 완곡어법(euphemism, 婉曲語法)을 말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기술이다. 남은 시간은 180분. 하지만 당신이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음식이라곤 쇠고기미역라면뿐이라면?
- 친구 시점
유난히 축 처진 친구의 어깨를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짠하다. 힘내라는 말 대신 힘이 날 수 있는 요리를 해주면 어떨까 싶다. 집에서 같이 한 끼 먹으면서 KBS 가요톱10 1위곡을 들으면 흥이 날 것 같다. 음악과 곁들일 소울 푸드, 과연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 남자친구 시점
여자 친구가 스페인 하숙집을 다녀온 이후로 나보고 요리를 해달라고 조른다. 맛이 없으면 폭풍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만 같고, 더 이상 나를 안볼까봐 걱정이다. 벌써부터 손에 땀이 찬다. 위기의식, 요리로 극복하리!
- 아빠(엄마) 시점
대형 냄비에는 일주일 전에 만든 카레도 남아있고, 얼린 밥도 충분하다. 하지만 오늘 저녁에 또 카레를 데워먹었다간, 몸에서 강황가루가 나올 것 같다. 신선한 저녁 요리 메뉴 없을까?
“좋은 방법 없을까?”
“오늘 뭐 먹을까?”
‘가정의 달’을 맞아 KBS 콘텐츠 아카이브부가 선보일 내용은 KBS 대표 요리 ZIP이다. KBS 아카이브가 압축해서 공개한 주요 요리 프로그램 영상을 통해, “오늘 뭐 먹을까?”에 대한 당신의 고민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고민으로 바꿔 드리고자 한다.
# 추억82_KBS 요리 프로그램의 역사
핵심 비법을 공개하기 전 KBS 요리 프로그램의 역사를 간단하게 훑어보고자 한다. KBS에서 방영한 첫 번째 요리 프로그램은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요리메모>는 외국인과 해외에 있는 교포들에게 요리 상식을 알려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1961년 8월 오후 7시 15분부터 짧게 15분 간 방송되었다.
라디오 프로그램 <요리메모> 이후 1981년부터 1993년까지 방송된 <가정요리>는 KBS 요리 TV 프로그램의 선두주자이자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월요일 ~ 토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약 15분 ~ 20분간 방송된 <가정요리>는 다양한 요리법을 시기에 맞춰 쉽게 설명한 덕분에 당시 주부 시청자들의 사랑을 얻었다.
1985년 3월 4일부터 11월 1일까지 방송된 <공개방송 요리>에서는 다양하고 독특한 조리 방법이 소개되었다. 또한, 당시로선 파격적인 방식을 도입해서 이목을 끌었다. 스튜디오 현장에서 요리전문가의 레시피를 주부들이 직접 따라하고, 만들어진 음식을 방청객들이 시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요리 전문가뿐만 아니라 가정주부들의 요리 비법을 현장 탐방 형식으로 소개한 프로그램도 있었다. 바로, 1989년, 1992년, 그리고 1993년 월요일 ~ 금요일 오후 6시 50분부터 약 15분간 방영한 <요리는 즐거워>이다. 1992년 8월 30일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요리는 즐거워>는 요리 프로그램치고 이례적으로 저녁 시간에 방영되었다.
기사에 따르면, <요리는 즐거워>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보며 요리가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자는 의도로 저녁 시간대에 편성되었다. 때문에 요리 전문가들이 나와 요리 솜씨를 제공하는 대신,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일반 가정을 탐방해서 그 집안의 전래 음식과 주부가 개발한 독특한 요리 비법을 알아보고, 금요일에는 호텔이나 전문 음식점을 찾아가 별식 요리 방법을 배우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당시 연출자였던 이호원 PD에 따르면, 출연 주부를 섭외하는데 매번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주부들이 다른 주부들의 부엌에는 관심이 많은 반면 자신들의 부엌은 공개하길 꺼려하기 때문인데다, 간혹 잡지나 학원에서 배운 요리 실력을 내세우며 출연시켜 달라고 조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동아일보 1992년 8월 30일 기사).
이외에도 1996년 6월 8일부터 이듬해 3월 1일까지 방송된 <즐거운 요리천국>과 1996년 3월 4일부터 1997년 3월 1일까지 방송된 <재미있는 요리강좌>에서도 유익한 요리법들이 소개되었다. 한편, 1997년 3월 3일부터 1997년 7월 17일까지 방영된 <이정섭의 요리쇼>와 1997년 10월 20일부터 1997년 12월 31일까지 방영된 <강남길 이성미의 요리쇼>는 요리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토크를 가미하여 시청자들의 구미를 제대로 당겼다.
1998년 10월 12일부터 이듬해 10월 17일까지 방영된 <삐삐요리방>은 유명인이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특별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달함으로써 요리 방법과 뭉클한 사연을 동시에 들려주는 프로그램이었다. 98년 배우 장서희씨는 춘권을 만들어 김재형 감독에게 보낸 바 있고(1998년 12월 11일 경향신문), 99년에는 S.E.S가 자선 공연에서 알게 된 박수영 양의 편지를 받고 수영양의 어머니를 위한 요리를 준비한 바 있다(1999년 1월 7일 경향신문).
2001년 11월 5일부터 2002년 7월 5일까지 방영된 <냉장고를 열어라>에서는 냉장고에 남아있는 재료를 활용해 만드는 창작 요리 정보를 제공하였다. 혹자는 JTBC <냉장고의 부탁해>의 뿌리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2004년 2월 8일부터 방영된 <비타민>의 한 코너 “위대한 밥상”은 매주 건강에 좋은 주제 식품을 선정, 그 식품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소개하며 관심을 끌었다. 방송 당시 동네 가게에서 해당 식품이 완판 되었다는 소식도 간간이 들릴 정도로 사랑 받는 프로그램이었다.
마지막으로, KBS 요리 프로그램 역사에서 짚고 넘어가야할 주요 프로그램은 2012년 6월 28일부터 방영된 <해피투게더 야간매점>과 2015년 4월 6일부터 2015년 7월 3일까지 방영된 <요리인류 키친>이다. <해피투게더 야간매점>은 추억의 음식, 간단한 음식, 맛있는 음식이라는 3대 조건을 충족하는 야식을 개발하기 위해 스타들이 자신만의 추억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으로 기억된다(해피투게더 제작진 2013). 방송 시간이 되면 집집마다 맛있는 냄새가 진동할 정도로 열풍을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요리인류 키친>에서는 다큐멘터리 <누들로드>와 <요리인류>를 제작한 KBS 이욱정 PD가 다양한 가정식 요리 비법을 선보였다.
지금까지 KBS 과거 주요 요리 프로그램의 역사를 훑어보았다. 추억팔이는 이쯤에서 그만 두고, 본격적으로, 주방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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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요리 프로그램과 함께 따뜻한 한 끼 하시길
오늘도 삼시 세끼를 해결하기 위해 농촌, 어촌, 정선, 고창, 스페인으로 떠난 시청자 여러분,
가끔…. 아니 한 번쯤은 쿡방의 원조 KBS 요리 프로그램을 다시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KBS 요리 프로그램 일부는 유튜브 옛날티비 채널을 통해 다시보기 가능합니다. 바로가기 클릭
참고문헌
동아일보 1992년 8월 30일 기사,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경향신문 1999년 1월 7일 기사,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KBS 연감 1981~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