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토비가 있기 전까지…
97년 BBC가 제작하고 이듬해 10월부터 KBS 2TV를 통해 방영되었던 <꼬꼬마 동산 텔레토비>는 당시 아이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 작품으로 남아 있다. 당시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텔레토비 인형이 없는 집을 찾을 수 없을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국 첫 방영 당시 17%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꼬꼬마 동산 텔레토비 1998>는 독특한 캐릭터와 이야기로 어린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고(KBS NEWS 2018),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적절한 각색을 거치면서 어린이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몇 년이 흐른 지금도 텔레토비 주제가인 “텔레토비, 뚜비, 나나, 뽀오~”는 2·30대에게 여전히 익숙한 멜로디로 남아있다. 친숙한 캐릭터로 자리 잡은 덕분에 2012년에는 대선 후보자 패러디 소재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인형극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허수향(2017)에 따르면, 인형극은 크게 ‘손가락 인형극’, ‘손 인형극’, ‘막대 인형극’, ‘줄 인형극’, ‘그림자 인형극’, ‘탈 인형극’으로 구분할 수 있다.
- 손가락 인형극은 손가락에 간단히 만든 인형을 끼고서 연기하는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나 폐품을 사용하여 만들 수 있다. 손 인형극은 손을 인형 속에 넣어 움직이는 형태로 장갑 인형극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 막대 인형극은 인형 조종이 가장 단순한 형태의 인형극이다. 인형에 막대를 붙여 조종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조금 더 복잡한 연기를 하는 경우 팔과 입을 움직일 수 있게 가는 막대와 끈을 장치하여 정교하게 조종한다.
- 마리오네트(marionette)라고도 하는 줄 인형극은 인형의 각 관절 부분에 줄이나 철사를 연결하여 위에서 조종하는 형태다. 줄 인형은 팔과 다리에 줄을 연결하고, 그 줄을 십자가형의 조종막대에 연결하여, 중앙의 조절점으로 모아 위에서 움직이도록 장치를 한다.
- 그림자 인형극은 무대 뒤에서 조명을 비추고 막(스크린) 뒤에서 인형을 조작한다. 인형 그림자를 스크린에 비추어 막에 비추어진 인형 그림자를 보게 되는 평면 인형극이다. 조명과 인형의 거리에 따라 막에 나타나는 그림자 크기와 모양이 달라진다.
- 탈 인형극은 사람이 탈을 쓰고 연기를 하는 인형극이다. 얼굴만 가면으로 가리거나 몸 전체를 인형화하기도 한다.
- 테이블 인형극은 테이블 위에서 인형으로 가상놀이를 하듯 인형을 직접 조종하는 인형극을 의미한다.
출처: 허수향, 2017, 『아동문학 전달매체로서의 인형극』, 서울: 에듀컨텐츠, pp.4-8
KBS가 방영한 어린이 인형극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인형극의 형태는, ‘마리오네트 식’, ‘탈 방식’, 그리고 ‘마리오네트 식과 탈 방식’을 혼용하는 형태로 보인다. 대표적인 ‘탈 인형극’이 <텔레토비>라면, TV로 방영된 최초의 ‘탈 인형극’은 <부리부리박사>다. ‘마리오네트’와 ‘탈 인형극’을 혼용한 형태는 <옛날 옛날에>다. 요즘 초통령 지니가 ”꼬야”와 함께 진행하는 KBS TV 유치원 <꼬야와 할거야>는 엄밀히 말해서 ‘테이블 인형극’이라고 볼 수 있다.
소위 “극한 알바”라고 불리는 인형 탈 알바를 경험해보았거나 TV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해보았다면, 인형 탈을 쓰고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때 KBS 어린이 인형극을 책임졌던 현대인형극회 회원들 또한 ‘탈 인형극’을 제작하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탈 인형을 쓰고 연기를 하는 현대인형극회 회원들은 탈 인형의 무게와 스튜디오 내의 조명 열기로 땀범벅이 되어 녹화가 끝나면 탈진하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출처: KBS 사우회 엮음, 그때 그 시절 KBS 이야기, 2011
KBS 어린이 인형극의 역사
텔레토비는 엄밀히 말해서 ‘탈 인형극’ 장르에 포함된다. KBS는 오래전부터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인형극 프로그램들을 선보인 바 있다. KBS TV 개국 시점인 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듬해 62년 1월 8일부터 2월 28일까지 무려 26개의 인형극이 방영되었다, 물론 복잡한 세계관과 캐릭터로 무장한 오늘날 애니메이션에 비해서 당시 인형극은 단순하며 화려하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컴퓨터 게임이 없었던 그 당시 어린이들, 즉 현재 우리 아버지 어머니 세대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모여들게 만드는 귀여운 매력이 있었다.
62년부터 시작된 <어린이 인형극>은 1월 8일~2월 28일까지 18:05~18:20분까지 15분씩 방송되었다. 그 후 3월 1일부터 7월 4일까지 매주 4회 15분씩, 7월 5일부터 8월 초순까지 매주 3회 15분씩, 8월 중순부터 매주 1회씩 방송되었다(KBS 연감 1962년).
60년대에 사용된 인형은 한손의 세 손가락을 사용하여, 머리, 팔 등을 움직이는 초보적인 방식에서 몸의 각 부분에 실을 달아 아래에서 조작하는 ‘장대 식’을 거쳤고, 위에서 실로 조작하여 전신을 마음대로 활동시키는 ‘마리오네트 식’으로 발전했다. 대부분 ‘마리오네트 식’으로, 전래동화와 세계명작동화를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모두가 알만한 <신데렐라>, <용왕님과 토끼전>, <도적을 잡은 음악단>, <개미와 베짱이>, <미운 오리 새끼>, <흥부와 놀부> 등이 방송되었다. 책을 읽지 않아도 TV 인형극을 통해 국내외 주요 동화를 섭렵할 수 있었던 것이다(KBS 연감 1962년).
70년대 초반에는 적대적 반공주의 내용이 중심이었던 인형극 <진돌이의 모험>과 <진돌이의 북녘여행>이 방영되기도 했다(동아일보 기사 1970-1971). 동시에 어린이 프로그램 <어린이 동산>의 인형극 코너인 <피노키오의 모험>, <딸콩이>, <짱구박사>가 어린이들의 인기를 모았다. 이후 70년대 중후반에는 역사 인물과 고전 소설을 소재로 한 인형극이 방영되었다. 대표적으로, <김유신>, <바보온달>, <흥부와 놀부>, <번개장군> 등이 있다(KBS 연감 1973).
80년대 이후부터는 의 교훈적 메시지를 담은 인형극, 전래동화, 그리고 세계명작소설을 원작으로 한 <인형극장>이 방영되었다. <아라비안나이트>, <올리버>, <삼총사>, <장발장>이 대표적인 예다.
87년 1월 1일에 방영한 <방송의 현장 : 인형극은 이렇게>에서는 인형극 제작 현장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인형극은 전문 성우가 연기한 대본을 녹음한 이후, 인형 조종사들이 해당 녹음을 듣고 동작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87년 연속 인형극으로 방영되었던 <오성과 한음>에서 인형 목소리를 담당한 성우들은 녹음 전 인형을 먼저 보고 녹음실에 들어갔다. 사전에 인형을 보면서 어떤 목소리를 내면 좋을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성과 한음>에서 인형 조종을 맡았던 이명숙씨는 베테랑다운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언뜻 보면 동작 조종이 쉬워 보이지만, 눈으로 보는 만큼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전에 녹음된 성우 목소리 톤과 연기 내용과 일치하는 동작을 구현해야하기 때문이다.
“인형극 기본 동작은 간단해요. 눈, 입, 목, 다리 이 네 가지 동작을 하면 되고요. 인형을 뻣뻣하게 움직이지 않고, 사람처럼 감정을 넣으려면 숙련이 필요해요. 처음에는 대형거울 앞에서 걷는 것부터 한 동작씩 연습했어요.”
<방송의 현장 – 인형극은 이렇게>는 유튜브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qiohIFpFtrI&&w=560&h=315]
하지만 2000년대에 이르러 인형극 방송은 사라지게 된다. 1962년부터 KBS 어린이 인형극을 맡아오면서 <부리부리박사>, <짱구박사>, <TV유치원> 등의 인형극 프로그램 연출을 맡아온 현대인형극회 대표 조용석씨(73)는 2009년 한국경제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2000년대 이후부터는 방송무대가 아닌 공연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4년에는 정동극장에서 <돌아온 부리부리박사>를 인형 뮤지컬로 선보이기도 했다. 조용석씨는 62년 ‘현대인형극회’를 설립한 故조용수씨의 동생이다.
<부리부리 박사>에 대한 기억, 여러분이 찾아주세요.
안타깝게도 최초로 방영된 탈 인형극 <부리부리박사>를 다시 볼 수 없다. 제작 당시 녹화 테이프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KBS 자료의 수집, 보존, 디지털화를 담당하고 있는 KBS 콘텐츠아카이브부는 <부리부리박사>를 포함하여 90년대 이전 자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시청자 소장영상 공모”를 실시하고 있다. 아카이브가 보유하고 있지 않은 KBS 자료의 행방을 찾고자 시도하자, 시청자들은 열렬한 성원과 관심을 보내주었다.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KBS 콘텐츠아카이브부는 <옛날 옛날에-불가사리 편> 마지막 회를 되찾을 수 있었다. 기증해주신 시청자들에게 보답하고자 KBS 콘텐츠아카이브부는 기증 받은 자료들을 대중에게 공개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를 통해 KBS 어린이 인형극 “옛날 옛날에-불가사리 편”의 마지막 회를 공개하고 있다.
1981년 방송된 KBS 어린이 인형극 “옛날 옛날에-불가사리 편”의 마지막 회가 궁금하시다면, 유튜브 채널 를 방문하시고, 좋아요! 구독 꾹꾹! 눌러주시길 바란다. ** KBS 옛날티비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 KBS Archive 옛날티비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TXu78MDjXoo&w=560&h=315]
90년대 이전 영상 자료의 가치
1960년대부터 1981년까지의 경제 개발에 이르기까지의 시간들이 격동적인 변화기이였음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홍수처럼 유입된 새로운 문화와 더불어 사회·경제적 변화를 겪어야 했다. TV 방송은 이러한 변혁기의 주역이라고 볼 수 있는 개개인들의 가치관과 일상 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특수한 시간을 담아 봉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의 삶, 가치관, 그리고 사회문화적 맥락을 영상에 충실히 담고자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KBS가 보유하고 있는 90년대 이전 영상 자료는 작은 규모의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 증인인 셈이다.
혹자는 촌스러운 화면과 이야기가 담긴 영상에 어떤 아름다움이 있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예술에는 진보가 없으며 기술적인 완성이나 다소 느린 변형, 경우에 따라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는 변화만이 있을 뿐이다(뢰트라 2002, p.9)” 즉, 현란한 기술을 사용해서 예술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현대적이라고 해서 예술성이 높은 것도 아니고 오래 되었다고 해서 촌스럽거나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도 없다. 신파, 단순성, 통속성만을 놓고 근현대 영상 자료의 가치를 간과할 수는 없다.
현재 KBS 아카이브가 보유하고 있는 영상 자료의 양이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이전에는 기술적 한계와 테이프의 비싼 가격 때문에 방송되는 모든 영상들을 녹화해서 보관할 수 없었다. KBS콘텐츠아카이브부는 시청자가 소장하고 있는 과거 TV 프로그램 녹화 영상을 기증받는다. 1999년 이전 KBS 프로그램을 아직까지 테이프 형태(VHS 등)로 가지고 있다면, 공사가 체계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기증해 주시길 바란다.
[참고목록]
정영훈, “20년 만에 돌아온 ‘꼬꼬마 텔레토비’ KBS 독점 방영”, KBS NEWS, 20180504,
http://news.kbs.co.kr/news/view.do?ncd=3644609
“인형극의 오늘과 내일”, 경향신문, 19620527, https://newslibrary.naver.com/
”겨울放學(방학)특집放映(방영) KBSTV學校(학교)방송“, 동아일보, 19710715, https://newslibrary.naver.com/
곽노경 역, 장 루이 뢰트라, 2002, 『역사적 관점에서 본 시네마』, 서울: 현대신서
김성주, ”‘인형극에 대한 열정까지 쏙 빼닮았죠’“, 한국경제매거진, 20090629,
KBS 사우회, 2011, 『그때 그 시절 KBS 이야기』,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허수향, 2017, 『아동문학 전달매체로서의 인형극』, 서울: 에듀컨텐츠
KBS 연감 1963-1987